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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고 돌아보기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 돌아보기

by 용기를 내보자 2020. 5. 20.

 

오늘은 비행기 추락사고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801편 괌 추락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건 개요

 

1997년 8월 6일  오전 1시 43분경(현지 시각) 서울 김포공항발

대한항공 801편이 미국령 괌의 아가나 공항에 착륙 직전 

공항 바로 앞의 언덕인 니미츠 힐 밀림 지대에 추락하여

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하고 26명만 살아남은

당시 역사상 최악의 비행기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 사고는 대한항공 창립 사상 사망사고 2위를 기록하였으며(1위는 007편)

대한민국의 단일 항공기 사고 2위입니다

보잉 747-300의 유일한 대형 사고이자 기체 전손 사고이기도 합니다

 

보잉 747-300

 

역설적이게 이 사고로 인해 안전기준이 미달되면서

본래 가입하려 했던 스타얼라이언스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2000년에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와 함께 스카이팀을 새로

창설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조종사의 실수?

 

747 추락사고는 조종사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사고기 조종실에는 박용철 기장 송경호 부기장 남석훈 항공기관사

3명의 조종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박용철 기장은 공군 조종장교 출신으로 1987년 소령으로

예편 후 대한항공에 입사하여 1992년 기장으로 승격해서

1995년부터 보잉 747을 조종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조종실에서는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는 두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괌 공항의 비행기 유도 무선표지소 VOR이 다른 공항들은

활주로 끝에 있는 것과 달리 3마일(약 5km)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VOR

VOR이란 

VHF 주파수의 직진성을 이용한 단거리 항법 시설

VOR이 위치한 지점에서 360도 방향으로 전파를 발신함으로써

그 주파수를 받는 항공기는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보통 VOR과 항공기의 거리를 측정하는 DME와 같이 설치됩니다

 

두 번째 

괌 공항 ILS의 활공각 유도 장치인 글라이드 슬롭이 고장 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글라이드 슬롭으로 활주로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시간대 별 상황

 

충돌 30분 전

박용철 기장의 착률 브리핑에서는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명확히 언급했죠

 

충돌 29분 전

4만 1천 피트(12,946.8 m) 상공에 있던 비행기는 2,600피트(792.5m)로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충돌 22분 전

갑자기 비구름이 나타나 10마일(18.52km) 정도 우회하기로 합니다

충돌 11분 전

비구름에서 벗어난 801편은 괌 공항 6번 활주로로 내려가겠다고 관제탑에 보고한다.

충돌 9분 전

착륙을 위해 괌 공항 로컬라이저와 VOR을 맞춥니다

 

로컬라이저란

계기착륙장치에서 발사하는 무선으로써

이것을 수신하면 착륙 비행기의 항로와

활주로의 중앙선을 일직선상에 맞출 수 있습니다

당시 괌 공항에서는 착륙 시의 강하고도를 보여주는

글라이드 슬롭은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나

로컬라이저는 작동하고 있었죠

사고기는 90도로 좌회전하여 로컬라이저 무선을 포착한 다음

고도 2,600피트(792.5m)를 유지하며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충돌 3분 전

괌 관제소는 "대한항공 801편, 활주로 6번 왼쪽으로 계기착륙 방식의 접근을 허가한다.

글라이드 슬로프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하여

착륙 지시를 내리면서 글라이드 슬롭이

고장 나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킵니다
그런데 이 직후 조종실에서는 "글라이드 슬롭이 돼요?"

"글라이드 슬롭 되나 보라고" 등등의 이상한 대화가 오고 가기 시작합니다

글라이드 슬롭 전파 송신소는 고장이 나있더라도

비행기 계기판에는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된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에 의한

전파간섭이나 비행기 외부에서 방출된 전파로 인한 오작동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항공기 내에서는 휴대전화나 통신 기능이 있는 무선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죠

 

충돌 2분 전

801편은 고도 1천4백 피트(426.7m)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괌 공항의 시각 비행 착륙 규칙에 따르면 해당 위치에서는

2천 피트(609.6m) 아래로 내려가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801편은 그 최저고도보다 6백 피트(182.9m)나 아래로 내려가버린 것입니다

사고기 조종사들이 이러한 심각한 실수를 한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제시되었는데요

조종사 특히 박용철 기장의 피로, 구름과 비가 내려서 바깥 상황이 보이지 않는 악천후,

고장 나 있는 글라이드 슬롭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착륙절차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던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이 되어서

괌 공항 활주로 3마일 앞에 있는 VOR을 다른 공항처럼 활주로 바로 끝에 있다고 착각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받고 있습니다

즉 하강 기준점인 VOR이 괌 공항 3마일(5km)이나 앞에 있는데도

이를 공항 활주로 끝에 있다고 순간 착각하고 VOR을 향하여

사고기를 강하시키고 있었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VOR은 괌 공항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활주로보다 훨씬 높은 고도(니미츠 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사고기 조종사들이 니미츠 힐 바로 위 몇십 미터를

아슬아슬하게 날면서도 괌 공항에 착륙 직전이라고 착각한 것이 충분히 설명됩니다

최종 사고조사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점을 나열하여 사고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죠

추락 당시 항적도를 보시면

추락 지점은 VOR 바로 근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종사들이 VOR을 활주로 끝이라고 착각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죠

충돌 1분 40초 전

관제탑은 801편에게 착륙을 허가합니다

충돌 1분 20초 전

기장은 착륙 전 최저고도를 560피트(170.7m)로 세트 하라고 지시합니다

즉 이 고도까지 내려가도 활주로가 육안 확인되지 않으면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고 어라운드) 해야 합니다

이 최저고도 560피트는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를 설명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충돌 40초 전

기장은 또다시 "글라이드 슬롭 안되나?"라고 말하여 계속 글라이드 슬롭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충돌 18초 전

기장은 착륙 바퀴가 내려갔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때가 충돌 18초 전인데 기장은 정상적인 착륙 절차라고 생각하고

착륙 점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충돌 12초 전

미니엄 경보가 나왔습니다 이때 사고기의 해발고도는 256m였으나 니미츠 힐 바로 위를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지면과의 차이는 불과 92m였죠 이 경고음이 나왔을 때 조종실에서는 어둠과 악천후로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죠 활주로와는 5km도 넘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죠

미니엄 경보가 나오고 원칙대로 복행(고 어라운드)을 시도했으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충돌 7초 전

미니엄 경보가 울린 지 5초가 지났지만 여전히 기체는 더 하강을 했습니다

이때 부기장은 착륙 포기합시다 라고 저장되어있지만 기장을 무시하고 자기 앞에 있는

조종간을 잡아당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부기장이 두 번이나 착륙 포기를 건의했지만 기장은 응하지 않았죠

민항기 조종사들은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부기장이

독단으로라도 조종권을 인수하여 위기를 모면하도록 교육받습니다

하지만 801편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사고가 났는데

이는 대한항공 조종실 내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충돌 2초 전

기장은 이제야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을 시도했지만 기체의 관성을 즉각 멈추게 할 수는 없었고

지표면과 너무 가까워 충돌을 피할 수 없었죠

 

 

801편의 왼쪽 날개 밑에 달린 랜딩 기어가

먼저 언덕의 나무를 살짝 건드린 뒤

도로 곁에 있는 송유관을 치면서 도로를 건너가다가

왼쪽 날개 바깥쪽의 1번 엔진이 언덕 비탈과 충돌했습니다

엔진은 떨어져 나갔고 비행기 동체는

언덕의 비탈을 기어 올라가면서

조종실이 있는 기수를 시작으로 부러지기 시작했죠

기수는 언덕의 꼭대기를 넘어 아래로 내리꽂듯이 쳐 박혔습니다

사고기는 충돌 직전에 기장이 기수를 추켜올린 것 때문에

충돌 2초 후에는 기수가 상향 8도로 치켜져 있었습니다

결국 하강을 멈추고 막 상승하려는 찰나에 나무와 송유관을 친 것인데

나중의 분석에 따르면 3m만 여유가 있었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면하고 상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747기가 치고 지나간 송유관의 커다란 파편이

소방차 및 구급차가 사고지점으로 향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도로를 가로막게 되었고

이는 사고 대응을 더더욱 지연시키는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구조대원들이

소형 응급대응 킷만을 들고 걸어서 이동했다고 합니다

괌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의 시점에서 바라본

니미츠 힐 추락 현장 저 멀리 평지에 보이는

하얀 줄 같은 곳이 괌 공항입니다

그리고 사진 우상방에 하얀 평지와

그 가운데 기둥 같은 게 서있는 게 보이는데

그게 바로 괌 공항의 VOR이죠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진입니다


당시의 날씨

 

교민들은 이번 참사가 악천후를 무시한 채

대한항공 측의 무리한 운항으로 야기된 인재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민들은 "사고가 난 새벽에 괌에는 억수 같은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며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사고 여객기가 부산 상공에서부터

천둥번개가 치는 악천후를 통과하면서 기체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등

정상적인 운항이 힘든 상태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간에 기내식 서비스를 하다가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 식사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하죠

이 비행기의 전 또는 전전 편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여행객들의 증언에는 자신들의 비행기도 운항 중 매우 불안정했으며

(엄청난 높이로 비행기가 급하강, 상승을 반복해서

식판이 날아다니고 서있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함)

날씨가 좋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당시 괌 인근 기상이 매우 불안정했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생존자

사고 당일 보도된 생존자는 29명이었습니다

원래 현장에서 구조된 인원은 31명이었으나 2명이 이송 도중 사망했기 때문에

그리고 추가로 병원에서 중상자 3명이 사망하여 최종 생존자는 26명입니다

 

현장에서 구조된 인원 31명 중

8명은 1등석, 10명은 뒷좌석, 13명은 3개의 의자 열 가운데 오른쪽에 앉아 있었죠

생존자들은 비행기가 동강 날 때 의자와 함께 바깥으로 튕겨 나갔든지

기체 안에서 자력으로 안전띠를 풀고 화염과 쏟아진 짐 덩어리들 사이를 뚫고

바깥으로 탈출한 이들이었습니다 증언을 종합하면 충돌 직후의 승객실은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짐칸에서 물건들이 쏟아져

바닥에 쌓여 있었으며 공사장처럼 어지러웠고 붉은 화염과 열기가 덮쳐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비행기 사고는 많은 사상자를 내기 마련입니다

여러 가지 대한민국 대형사고들을 포스팅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사고들이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난 또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이

많은 거 같다고 느낍니다

앞으론 똑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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